출산 3개월 만에 ‘기생수: 더 그레이’ 촬영을 시작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이정현. 그러나 오히려 독이 됐다. 캐릭터의 옷이 맞지 않아 보이고, 지나친 설정으로 작품의 성공만큼 시끄러운 연기력 논란이 일었다.
이정현은 지난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로 관객들과 만났다. 이 작품은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의 이야기를 그린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한다. 이 만화는 기생생물이 인간의 뇌를 조종한다는 독특한 상상력과 철학적인 메시지로 사랑을 받았다.
작품은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 톱10 차트에 따르면 ‘기생수: 더 그레이’는 공개 이후 3일 만에 630만 시청 수를 기록해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또한 대한민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다수 국가에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흥행을 저해한 것은 이정현의 연기였다. 이정현은 작품에서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전담반 ‘더 그레이’ 팀의 팀장 준경 역할을 맡았다. 준경은 남편을 잃고 기생생물에게 복수심을 품은 채, 기생생물과 인간 사이의 변종 수인을 추적하는데 열정적으로 나서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준경은 작품 내에서 주요한 인물로 작용한다. 기생생물 연구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준경의 남편이 기생생물로 변하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준경의 남편은 기생생물을 유인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며, 준경은 이를 주도하며 기생생물과 대치한다.
이정현은 이전에 제작발표회에서 준경을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다. 기생생물을 죽이는 것을 게임처럼 생각하는 열정적이고 강렬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남편의 복수를 위해 기생생물을 추적하는 데 힘쓰는 준경의 열정이 돋보였다.
그러나 이 열정이 지나치게 과장되었을까. 연기가 과장되거나 어색한 부분이 보였다. 특히 1회에서 준경이 경찰에게 기생생물의 존재를 설명하는 장면은 마치 유치원 연극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장면에서 철민(권해효 분)이 “유치원 재롱 잔치냐”라고 말하자, 이 대사가 시청자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반응도 있었다.
이정현의 목소리는 너무 과한 높은 음역대를 사용하며 어색한 면이 있다. 연상호 감독은 그녀를 “‘가짜 광기’를 연기하는 캐릭터”로 설명했지만, 이는 오히려 과장된 느낌을 준다. 작품 속에서 기생생물이 등장해 인간을 위협하는 위험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정현의 캐릭터의 촉망이나 희극적인 감각이 부각돼 분위기가 어색하게 변질되는 것이다. 이정현이 수사나 기생생물과의 전투 중요한 역할로 나설 때, 옷 선택과 연기력이 작품의 몰입도를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그의 표정 변화도 자연스럽지 않다. 기생생물을 대상으로 한 수사 현장이나 본부에서 파일을 검토하는 등의 상황에서도 항상 미간에 억지로 주름을 짓고 있는데, 이는 현실적이지 않게 느껴진다. 그녀의 체형이 작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긴 트렌치코트를 입은 채로 자신의 몸집만한 장총을 들고 나온다. 기생생물에 의해 직접 피해를 입은 인물로서 ‘광기’ 넘치는 눈빛과 행동으로 싸워야 할 것이지만, 부자연스러운 표정 연기와 어색한 장총을 함께 하니 액션 장면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한편, 이러한 연기가 감독의 잘못된 디렉팅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1996년 영화 ‘꽃잎'(감독 장선우)으로 데뷔한 이정현은 그간 스크린과 TV를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특히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감독 안국진)에서 정수남 역을 맡은 그는 사랑스러움 뒤에 숨겨진 광기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여 2015년 제36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그의 연기력은 인정받았기에 본인과 어울리지 않는 배역, 상황, 그리고 디렉팅의 한계로 인해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준경 역은 원작에는 없는 역할이었다. 이로 인해 이정현이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사건의 전개에 혼란을 야기했다. 앞서 이정현도 “처음에 콘셉트를 잡을 때 너무 어려워서 감독님과 많이 상의했다”고 솔직하게 밝힌 적이 있다.
출산 후 14kg을 감량하고 3개월 만에 ‘기생수: 더 그레이’ 촬영을 시작한 이정현. 장총을 사용하는 장면을 위해 3kg 아령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 등, 그의 열정은 작품에 대한 높은 헌신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이러한 논란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