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유부남 상사가 ‘사적으로 만나자’는 헛소리를 한다. 회사를 그만두기 어려운 상황이라 웃으며 참았더니 만만해 보였는지 성추행을 시도하거나 밤에 전화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자신을 거절했으니 ‘혹독하게 일을 시키겠다’고 한다”
여성 10명 중 1명은 직장에서 ‘일방적인 구애’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10일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지난달 2일부터 10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젠더폭력 경험’을 물은 결과 여성 응답자(435명) 중 11.0%는 ‘원치 않은 구애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남성(3.4%)과 비교해 세 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이 직장에서 원치 않는 구애를 경험한 비율은 14.7%로, 정규직 여성(6.9%)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정규직 남성(2.5%)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다섯 배를 훌쩍 넘는다.
구애를 거절한 이후 업무적으로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는 응답은 여성 4.1%, 남성 2.7%였다. 고용 형태별로 보면 비정규직 여성이 6.9%로 가장 높았고, 비정규직 남성(4.8%), 정규직 남성(1.8%), 정규직 여성(1.0%) 순이었다.
직장갑질119는 “원치 않는 구애는 이후 스토킹 범죄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면서 “원치 않는 구애가 직장 내 성범죄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알리고 규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설문조사에 참여한 직장인 44.5%는 이 같은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상사와 후임 간 사적인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직장인 2명 중 1명은 직장 내 성범죄나 젠더폭력 피해를 당한 뒤 회사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할 것으로 봤다. 특히 여성 응답자를 중심으로 이 같은 견해가 우세했다.
여성 응답자 64.1%는 회사가 자신을 보호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남성 응답자 35.9%에 그쳤다.
여수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하나의 극단적인 젠더폭력 전에는 구애 갑질 등 많은 성차별적인 괴롭힘이 있다”며 “직장 내 젠더폭력 근절은 성차별적 괴롭힘 대책 마련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설문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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