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베테랑 홈런 타자를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KT는 통산 383홈런을 기록한 홈런왕 박병호를 삼성으로 보내고, 삼성에서 통산 207홈런을 기록한 오재일을 영입하는 1대1 트레이드를 28일 발표했다. 이번 트레이드는 박병호가 올 시즌 출장 기회가 줄고 팀 내 입지가 좁아지면서 구단에 방출을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KBO리그에서는 드문 ‘언해피 트레이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박병호는 지난 주말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그는 25일 수원에서 열린 키움전에서 4-2로 앞선 8회 1사 2루 상황에서 조용호의 대타로 들어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뒤, 경기 후 구단과의 면담에서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KT 구단은 박병호의 요청을 받아들여 삼성과의 트레이드를 추진하게 되었다.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KT는 오재일을 영입하며 팀 전력을 강화하고, 박병호는 삼성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다. 박병호는 홈런왕 출신으로서, 삼성에서 다시 한번 활약을 펼칠 기회를 얻었다.
KT는 2022시즌을 앞두고 FA 박병호와 3년 총액 30억원(계약금 7억원, 연봉 20억원, 옵션 3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더불어 원소속팀 키움에 보상금 22억 5000만원을 지급하며, 박병호 영입에 총 52억 5000만원을 투자했다.
박병호는 KT에서의 첫 시즌인 2022년에 12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5, 35홈런, 98타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령 홈런왕(36세)에 올랐다. 이듬해인 지난해에는 132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3, 18홈런, 87타점으로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그러나 올 시즌 박병호는 44경기에 출장해 타율 0.198(101타수 20안타), 3홈런, 10타점으로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0.331, 장타율은 0.307, OPS는 0.638로 저조했다. 한편, KT의 문상철은 타율 0.322(143타수 46안타), 9홈런, 26타점, OPS 0.944로 좋은 성적을 보이며 팀의 주전 1루수로 활약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박병호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어 경기 중간에 대타로 출전하는 등 백업 신세가 되었다.
결국 박병호는 구단에 이적을 요청하게 되었고, KT는 급하게 트레이드를 추진하여 삼성과 베테랑 선수 맞교환을 성사시켰다. 삼성은 우타 거포를 필요로 했고, 박병호는 좌타 위주의 타선에 밸런스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선수로 평가되었다. 또한 삼성라이온즈파크는 펜스까지의 거리가 짧아 박병호에게 유리한 구장 조건을 제공한다.
KT는 박병호를 떠나보내면서 좌타 거포 오재일을 영입했다. 오재일은 박병호와 동갑인 1986년생으로, 2021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4년 총액 50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현재 계약 마지막 해를 맞이하고 있다.
오재일은 넓은 잠실구장을 떠나 타자 친화적인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1년 타율 0.285, 25홈런, 97타점, 2022년 타율 0.268, 21홈런, 94타점으로 활약하며 중심타자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러나 지난해 성적은 타율 0.203, 11홈런, 54타점으로 급격히 하락했고, 올해도 부진이 이어졌다. 시즌 초반 타율이 1할대에 그치자 2군으로 내려갔고, 한 달 넘게 머물다가 지난 12일 1군에 복귀했다.
1군 복귀 이후 오재일은 선발과 대타를 오가며 11경기에서 타율 0.321, 2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트레이드 발표 직전인 28일, 대구 키움전에서는 2-4로 뒤진 9회 1사 후 대타로 나와 키움의 마무리 투수 주승우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올 시즌 오재일은 22경기에 출장해 타율 0.234(64타수 15안타), 3홈런, 8타점을 기록 중이다. 대타로는 4타수 2안타, 2홈런, 2타점을 올리고 있다.
KT는 오재일을 문상철과 함께 1루수로 활용할 예정이다. 지명타자 자리는 주로 강백호가 맡고 있다. 문상철을 주전 1루수로 기용하면서 오재일은 백업과 대타 1순위가 될 것이다. 또한, 오재일은 타격 페이스와 상대 선발 투수의 유형에 따라 좌우 플래툰 시스템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KT는 팀 내 타선의 다양성을 높이고, 오재일의 경험과 장타력을 통해 경기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삼성은 박병호를 통해 타선의 균형을 맞추고, 보다 강력한 공격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