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물 산불’이 경상북도 북부지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에선 ‘기부 강요’가 뜨거운 논란거리다. 산불 피해 지원을 위해 기업들과 유명 스포츠, 연예인들의 기부 행열이 이어지고 있는데, 참여 여부와 금액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누리꾼들 때문이다. 이른바 ‘기부 리스트(목록)’을 만들어 고액순으로 나열하는 한편, 유명인 중에 기부금을 내지 않은 이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28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산불 피해 면적은 4만5157ha(헥타르)로 추정된다. 이는 서울시 면적(약 605㎢)의 75% 수준으로, 역대 최악의 산불이었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면적(2만3794ha)보다 2만ha 가량 넓다. 대피 인원만 3만 7185명(미귀가자 1만 6700명)에 달한다. 인명 피해가 잇따르면서 지난 27일 기준 사망 27명·부상 32명 등 5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논란이 시작된 건 축구선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FC)부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손흥민이 산불 피해 기부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게시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이들은 손흥민이 주급으로 19만 파운드(한화 약 3억6000만원)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산불 기부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부금을 낸 다른 유명인들과 비교하기도 했다. 한편 손흥민이 다른 가족을 통해 기부금을 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갑론을박도 오갔다.
소속된 영국 토트넘은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이번 산불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온라인에선 공식 입장과 개인으로도 ‘성의 표시’를 해야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토트넘은 26일(한국시간) SNS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께 깊은 애도와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고 남겼다.
산불 기부금을 낸 ‘연예인 리스트’까지 나왔다. 이 리스트에선 금액순으로 나열해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낸 순으로 정렬했다. 남녀 연예인들을 나눠 가수 아이유가 2억원, 수지가 1억원 등으로 상위권에 올랐다. 남성 연예인중에선 가수 영탁과 이찬원, 장민호 등이 1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 배우 한지민, 예능인 유재석 등 1000만원 이상의 연예인 기부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기부)해야하는 사람’이란 목록으로 연예인들의 회당 출연료가 함께 거론됐다. 최근 사망한 故(고) 김새론과 연인 관계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배우 김수현을 비롯해서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 미국 프로야구(MLB)에 진출한 이정후 선수,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 등도 거론됐다. 이 명단에 남자 연예인들만 이름을 올려 ‘젠더 이슈(성 차별)’로 까지 번졌다.